시중에 가장 말이 많고 탈이 많은 게 지방이고 지방산이다. 지방과 지방산을 구별도 못하면서 전문가인척하며 온갖 거짓정보를 양산하는 엉터리 쇼닥터들이 판을 친다. 이들이 종편을 비롯한 각종매체에서 유명인사 대접을 받으면서 불량지식을 수도꼭지처럼 쏟아내고 있다. 트랜스지방이 어떻고 산패가 어떻고 마가린, 버터 등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은 무조건 좋은 걸로, 오메가 지방산이 들어있기만 하면 만병통치로, 우리 몸에 필수적인 콜레스테롤을 나쁜 것과 좋은 것으로 구분하며,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불량지식을 배설하는 의사 한의사 무당 같은 교수들 정말 한심한 인간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얼마나 거짓으로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는지를, 그동안 필자가 여러 매체를 통해 주장해온 글들을 한군데 모아 몇 번의 주제로 이를 폭로하고 까발려보고자 한다.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지방이란 뭔가
◇ 구조와 역할
◇ 지방과 지방산은 어떻게 다른가?
◇ 중성지방이란?
◇ 지방(fat)은 뭐고 지질(lipid)은 뭔가?
◇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차이점은?
◇ 포화지방(식물지방)은 악이고 불포화지방(동물지방)은 선인가
◇ 불포화지방이 식물에 많고 포화지방은 왜 동물에 많은가?
◇ 필수지방산은 뭐고 어떤 것이 있나
◇ 오메가지방산은 만병통치인가?
◇ 트랜스지방은 괴물인가
◇ 지방의 산패란?
◇ 비누는 지방산의 나트륨(Na)염?
◇ 콜레스테롤에 과연 좋고 나쁜 게 있나?
지방에 대한 쾌도난마(I) – 지방이란 무엇인가?
지방이란?
단백질, 탄수화물과 함께 3대영양소 중의 하나이다. 1g당 9Kcal의 열량을 내며 에너지 함량이 가장 높은 영양소이다. 모든 생물이 체내에서 지방을 합성하는 능력이 있다. 동물은 아미노산이나 포도당으로부터 , 식물은 광합성에 의해 나온 포도당으로 부터 지방을 합성한다. 생물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한편은 다른 물질의 합성을 위한 전구체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수성이 강해 물에 녹지 않으며 여분의 지방은 비상시를 대비해 지방세포에 저장된다.
지방의 구조
글리세롤분자 속 3개의 -OH기에 지방산 3분자가 결합(ester bond)한 것이 지방이다.모든 지방의 구조는 동일하다. 단 3분자의 지방산종류가 다를 뿐이다. 이른바 지방산의 종류는 무수히 많으며 이들 지방산의 종류가 지방의 종류와 물성을 결정한다. 식물성과 동물성간에 물성차이가 크다. 편의상 영어로 식물지방을 oil, 동물지방은 fat라 부르기도 하나 이는 정확한 호칭은 아니다. 석유도 oil(기름)이라 부르는데 전혀 다른 종류다.
지방의 구조
지방의 신체내 역할
지방섭취의 주된 목적은 에너지원의 공급이다. 동물의 체내에는 많은 지방이 저장돼 있다. 에너지의 고갈을 대비한 것이지만 현대인은 그럴 경우가 도래하지 않고 영원히 쓸 기회가 없어 피하지방으로 쌓이기만 해 배불뚝이가 되고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한다. 우리가 지방을 먹어줘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지방산의 공급을 위해서다. 동시에 피하지방으로 축적되어 절연체의 역할을 해 체온유지에 기여한다. 추운지방의 동물의 피하에 두꺼운 지방층이 있는 이유다. 식물의 많은 종류가 싹틀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씨앗속에 저장하며 이를 인간이 식용유 등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견과류는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소화와 대사
지방을 소화하는 효소가 리파제(lipase)라는 건 다 안다. 췌장에서 분비된다. 지방은 물과 섞기지 않아 물에 녹아있는 소화효소에의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담즙산(bile acid)이라는 유화제가 쓸개로부터 나와 지방을 유화시킨다. 그러면 효소가 접근하여 지방의 에스터결합을 가수분해 지방산이 떨어져 나온다. 그림과 같은 형태로 소장에서 흡수되고 대부분은 림프관을 통해 적재적소에 운반된다. 그냥은 소수성이라 림프액에 녹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운반하는 운송기관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리포단백질(lipoprotein)이라는 것으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각 기관에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추후 설명). 소닥터들이 이야기하는 포화지방이 녹지 않고 피속에 떠다니면서 혈관을 막는다고 하는 헛소리는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 운반된 지방 혹은 지방산은 에너지가 필요한 곳으로 가 베타산화(β-oxidation)라는 지방산의 대사계를 거쳐 에너지를 방출한다. 남아도는 지방은 지방세포에 저장한다.
소장에서 일어나는 지방의 소화과정
지방과 지방산은 어떻게 다른가?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지방산은 지방의 구성성분이다. 심지어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마저도 지방과 지방산을 혼돈해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흔한 예로 포화지방, 불포화지방이라 부르는데 이는 정확한 호칭이 아니다. 포화지방, 불포화지방이란 없다. 포화, 불포화지방산이 있을 뿐이다.
지방산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지방족사슬에 카복실기(-COOH)가 결합돼 있어 산성을 띈다. 자연계에는 단독(free)으로 있지 않고 지방이나 인지질, 왁스의 구성성분으로 존재한다. 지방사슬의 탄소수(길이)와 결합의 양식(2중결합 수 등)에 따라 그 종류와 물성이 크게 달라진다. 이런 지방산은 포도당이나 아미노산이 과잉으로 공급되어 에너지가 남아돌 때 에너지비축용으로 쉽게 전환되어 글리세롤과 결합하여 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단 2종류의 필수지방산(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으로 공급해 줘야한다(후술). 자연계에 존재하는 지방산은 이유는 모르지만 대부분 짝수의 탄소수를 가진다. 편의상 탄소에 번호를 붙여 종류와 물성을 구별하는 데 사용한다. 즉 카복실기(-COOH)의 탄소를 1번으로 하여 차례로 번호를 붙이고, 오른쪽 끝 탄소를 오메가(ω)탄소라 하고 여기서 역순으로 번호를 매겨 지방산의 이름을 다르게 붙이기도 한다(ω-3, ω-6지방산 등). 지방은 이런 지방산 3개가 글리세롤 속 3개의 -OH기와 ester결합한 것을 말한다(위 구조참조).
지방산의 구조. 왼쪽 COOH의 탄소가 1번, 오른쪽 끝탄소가 오메가 1번탄소이다
중성지방이란?
중성이란 pH가 7근방인 것을 말한다. 더 정확하게는 +나 -이온으로 하전(이온화)할 수 있는 기(group)를 분자 내에 가지고 있지 않는 물질을 일컫는다. 지방의 구조를 보면 –로 하전할 수 있는 지방산의 카복실기(-COOH)가 글리세롤과 결합에 관여하고 있어 하전을 띠지 않기 때문에 모든 지방은 중성이다. 자 그러면 여기에 애매한 것이 있다. 중성지방이 있으면 산성지방이나 알칼리지방이 있어야 되지 않나하는 거다. 그런 건 없다. 그럼 왜 이런 호칭이 생겼나? 아래에서 설명하는 지방과 구조가 비슷하고 세포막의 주성분인 인지질(phospholipids)이라는 게 있어서 그렇게 부르게 된 것 같다(아래 구조참조). 이 물질은 pH의 변화에 따라 산성이 될 수 있다.그래도 이를 산성지방이라 하지 않는다. 당연 앞으로는 지방이 모두 중성인데 굳이 중성지방이라 부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지방(脂肪, fat)은 뭐고 지질(脂質, lipid)은 뭔가?
지방은 지질군의 분류에 속하는 하나의 물질이다. 지질에는 지방, 인지질(phospholipid), 왁스 등이 포함된다. 인지질에는 종류가 무지 많으며 막의 주성분이기도 하지만 생체내에서 중요한 생리기능을 담당하는 것도 많다. 즉 호르몬 비슷한(hormone-like) 작용을 하는 것도 있다는 뜻이다. 지방과 유사한 구조에 글리세롤의 -OH기 하나에 인산(P)이 붙어있고 여기에 각종물질이 결합해 있는 구조이다. 인산에 결합해 있는 물질( 당, 콜린, 케팔린 등)과 -OH기 2개에 붙어있는 2지방산의 종류에 따라 인지질의 종류가 달라진다.
인지질의 대부분은 세포막에 있다. 세포막은 인지질의 2중막(bilayer)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속 지방산의 종류(포화, 불포화지방산의 비율)가 막의 유동성(semi-fluid)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모든 세포막속(cell menbrane)의 인지질은 생물의 생육온도에 따라 특이적인 지방산조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인지질속 구성지방산의 불포화도가 높을수록(2중결합이 많을수록) 녹는점(melting point)은 낮아져 막의 유동성은 증가하게 된다. 적절한 유동성 유지는 막속에 있는 기능성단백질의 수평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차회에 설명).
인지질의 구조. 글리세롤의 OH에 2분자의 지방산 걸합. OH하나에 인산이 걀합하고 인산에 여러 물질이 붙어 인지질의 종류를 결정. 주로 막구조에 존재
왁스는 지방산과 고급알코올이 ester결합한 것을 말한다. 인간의 몸속에는 거의 없는 물질로 소수성이 극히 강하다. 물새의 털과 과일의 표피에 많아 물에 젖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양초나 벌집의 밀납이 좋은 예다. 조류(藻類)의 일종에서는 에너지원으로 저장하기도 한다. 요즘 믿거나 말거나 만병통치 비슷하게 선전하는 비즈왁스, 폴리코사놀이 여기에 해당된다.
왁스의 구조. 장쇄의 지방산과 고분자의 알코올이 ESTER결합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차이
모든 물질은 원소의 결합으로 만들어 진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원소는 99%이상이 탄소 수소 산소 질소로 되어있다. 이 중 탄소가 메인이다. 모든 유기화합물은 탄소화합물일 정도다. 이들이 결합할 때는 다른 원소와 결합할 수 있는 손(비공유전자)이 있다. 탄소 4개, 수소 1개, 산소 2개, 질소는 3-4개이다. 포화지방산(saturated)은 그림과 같이 탄소의 4개의 손은 인접한 탄소와 2개, 수소와 2개가 결합해 있다. 반면 불포화지방산(unsaturated)은 손에 여유가 있어 옆 탄소와 2개의 손을 마주 잡고 있는 형태다. 즉 손이 포화되지 않고 여유가 있는 2중(=)결합(double bond) 모양을 불포화라 한다. 별거 아니네? 맞다.
포화지방산(위)과 불포화지방산(아래)의 구조
지방산의 물성
여기서 지방산의 체인길이(탄소수), 포화와 불포화, 2중결합의 수가 지방산의 물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지질에서도 잠간 언급했지만 지방이나 인지질을 구성하고 있는 지방산의 종류와 물성이 이들의 성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뜻이다. 즉 지방산의 탄소길이(수)가 짧아질수록 녹는점, 즉 융점(melting point)이 낮아지고 2중결합의 수가(불포화도) 많을수록 융점도 획기적으로 낮아져 지방과 인지질의 물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아래 표를 잠간 설명하자. Stearic acid는 탄소수가 18개짜리인 포화지방산인데 융점이 70도이다. 반면 여기에 2중결합이 하나 들어간 oleic acid는 14도로 낮아진다. 다시 2중결합이 2개 있는 linoleic acid는 무려 영하 6.5 도로 감소하며, 3개 들어간 linolenic acid는 영하 11도까지로 떨어진다. 여기서cis, trans는 이성체를 나타내는 용어인데 추후에 자세히 설명한다. Oleic acid가 9-cis 18:1로 표시된 것은 탄소수 18개, 2중결합 1개가 9번탄소와 10번탄소 사이에 있고, 이 2개의 탄소에 결합해 있는 수소의 위치가 cis형(같은 쪽)이라는 의미이다(위 그림 unsaturated fatty acid의 2중결합 참조).
그런데 한편은 이 여유 있는 2중결합(손)이 항상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거다. 주위에 매력적인(예쁜) 게 있으면 마주잡은 손(2중결합)은 언제나 다른 상대와 외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손이 자유로운 인간과 닮았다. 2중 결합이 산소와 결합하여 과산화물(일종의 활성산소)이 되기도 하고 잘려서 저분자화 되면 악취를 내기도 하며 인체에 유해한, 심지어 발암성물질까지도 생성한다. 이게 바로 지방의 산패라는 거다. 다음 주제 “산패”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것이 불포화지방산이 오래되면 군내가 나고 변질되기 쉽다는 이유다.
너무 길면 독자분들 지겨워 할까봐 첫 번째 주제는 이정도로 끝낸다. 이미 지겹다고? 다음주제는 “불포화지방은 선이고 포화지방은 악이다”라는 쇼닥터들의 헛소리를 규탄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할 테니 그렇게 낙담하지 마시라. 설명이 미흡하거나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기 바란다. 차기 주제에 설명드릴 테니—